제8화: 각성과 기억의 조각

제8화: 각성과 기억의 조각

강준우의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그를 압박하는 강력한 중력장. 발끝 하나조차 쉽게 들 수 없을 정도의 무게가 그의 온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준우를 괴롭히는 것은 상대의 말이었다.

‘넥서스 그룹이 네 기억을 지운 건 단순한 일이 아니야.’

그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왜 넥서스 그룹이 그를 실험체로 취급하는지. 모든 의문이 하나로 모이면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마치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조여왔다.

“생각보다 오래 버티는군.”

상대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공중에 떠오르며 손끝을 까딱였다. 그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공기가 진동하며 파동을 만들었고, 주위의 조명등이 깜빡였다. 그가 이 공간 자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준우의 몸이 더욱 바닥으로 짓눌렸다. 그의 시야는 흐려지고, 팔다리는 점점 감각을 잃어갔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그의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지난번처럼, 본능적인 각성.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그 힘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했다.

그는 힘겹게 손을 뻗었다. 눈앞의 공간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상대가 만들어낸 중력장이 균열을 일으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위의 먼지가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고, 바닥에 금이 갔다.

‘더, 더 강하게…!’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힘을 밀어냈다.

콰아앙!

강력한 충격파가 터지며 중력장이 깨져나갔다. 준우의 몸이 한순간 가벼워지더니, 반동으로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상대의 눈빛이 흥미롭다는 듯 빛났다. “오, 이제야 본격적인 재미가 시작되는 건가?”

그는 곧바로 새로운 공격을 준비했다. 허공에서 손을 휘젓자, 중력의 흐름이 마치 나선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주위의 가로등이 비틀리며 이상한 방향으로 휘어졌고, 공기마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준우의 폐가 짓눌리듯 아려왔다.

준우는 그것을 보며 단순한 방어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공중에서 몸을 틀어 다시 땅을 밟았다. 그리고 상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공격이었다.

쾅!

강한 압력이 퍼져나갔다. 마치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감각.

상대도 그것을 감지한 듯 몸을 날려 피했지만, 완전히 피해내지는 못했다. 그의 옷깃이 찢어지며 피가 튀었다. 바닥에는 작은 균열이 생기고, 벽돌 조각들이 바람처럼 흩날렸다.

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어깨를 훑었다. 피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좋아. 기억은 잃었지만, 본능은 여전한 모양이군.”

그가 다시 공격을 시도하려는 순간—

탕! 탕!

저 멀리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이도윤이었다. 그는 건물 반대편에서 라이플을 들고 있었다. 그의 총알은 정교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궤적으로 날아갔다.

상대는 얼굴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났다. “흥, 방해꾼이 끼어드는군.”

이도윤의 목소리가 무전을 통해 들려왔다. “준우! 거기서 빠져나와!”

그러나 준우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상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게서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낯설지만, 익숙한 느낌.

‘난 이 남자를 안다… 확실히 안다.’

기억나지 않는 과거가, 마치 퍼즐처럼 하나둘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상대는 피식 웃었다. “곧 다시 보자, 강준우.”

그리고 그 순간—그의 몸이 사라졌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마치 한순간에 압축된 듯한 모습으로 그는 증발해버렸다. 바닥에는 강한 중력장이 남긴 흔적이 동그랗게 움푹 패였다.

준우는 멍하니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이도윤이 그를 향해 달려왔다. “괜찮아?”

준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그는 결코 잊을 수 없었다. 방금 전, 그 남자의 존재.

그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자신과 어떤 관계였는지.

도시의 밤공기는 싸늘했지만, 준우의 가슴은 뜨겁게 요동쳤다.

모든 진실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