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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연습 [30대 회사원, 비밀을 알다]

제10화: 흔들리는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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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흔들리는 결심

준우는 차가운 금속 서랍 위에 놓인 문서를 내려다보았다. 바랜 종이에 적힌 실험체 코드, 그리고 ‘기억 봉인’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살아왔다는 사실이 서서히 뼛속까지 스며들고 있었다.

밖에서는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희미한 불빛을 받아 번졌다. 어둑한 방 안에는 오래된 형광등이 간헐적으로 깜빡이고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넥서스 그룹과 관련된 자료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벽면에는 도시의 지도가 붙어 있었고, 특정한 건물들이 붉은 펜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마치 커다란 퍼즐 조각들이 흩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이게 진짜라면… 난 대체 어떤 존재인 거지?”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림이 가득했다. 그는 자신이 단순한 회사원이라 믿고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그는 실험체였고, 기억까지 조작된 상태였다. 분노와 혼란이 복잡하게 얽혀가며 가슴 한구석에서 불안이 꿈틀거렸다. 그의 뇌리는 이미 수많은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었다. 자신이 누군지, 왜 이런 실험을 당해야 했는지, 그리고 넥서스 그룹이 자신을 어떻게 이용하려 했는지.

이도윤은 한참 동안 준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 안에 깊은 연민이 담겨 있었다. 방 한쪽에 놓인 낡은 소파에 기대앉아 있던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인간이야, 준우.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정말 그래?”

준우는 문서를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 종이가 구겨지며 손바닥에 거친 감촉이 느껴졌다. “이런 실험을 당하고, 기억을 빼앗기고, 심지어 넥서스 그룹에게 사냥당하고 있어. 이런 내가 인간이라고?”

이도윤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고, 멀리서 천둥이 울려 퍼졌다. 회색빛 도시는 조용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네온사인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차가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넌 네가 어떤 존재인지 선택할 수 있어. 넥서스 그룹이 만든 병기가 될 수도 있고, 네 자신의 길을 찾을 수도 있어.”

“선택…” 준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선택지가 정말 있는 걸까? 난 이미 조작된 삶을 살았어. 과거가 무엇이었든, 넥서스 그룹은 내가 알지 못하게 만들었잖아.”

이도윤은 조용히 그의 앞에 앉았다. 그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기억이 전부는 아니야. 중요한 건, 네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지.”

준우는 숨을 들이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형광등 불빛이 가볍게 떨렸고,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이 더욱 선명해 보였다. 그의 손끝에서는 미세한 떨림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더 이상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결심의 흔적이었다.

“그렇다면… 넥서스 그룹에게 빼앗긴 걸 되찾아야겠어.”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 분노와 혼란을 넘어서, 그는 이제 자신의 길을 결정하려 하고 있었다. 그의 내면에서는 뜨겁고 강한 무언가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제 그는 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도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준비를 해야겠군.”

그는 옆에 있던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는 여러 개의 전자 장비와 무기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의 손끝이 조용히 움직이며 작은 장치를 꺼내어 준우에게 건넸다. 기계의 표면에는 희미한 푸른 빛이 깜빡였다.

“이건?”

“이걸 사용하면 넥서스 그룹의 연구소 내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어. 네 데이터를 찾으려면 이 장치가 필요할 거야.”

준우는 장치를 받아 들었다.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에 닿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표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이 작은 장치 하나가 자신의 과거를 밝히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창문을 통해 번개가 번쩍이며 방 안이 한순간 하얗게 빛났다. 그의 손에 쥔 장치가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그 순간, 준우는 자신의 숨소리조차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이제 그는 정말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게 될 것이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좋아. 이젠 도망치지 않아.”

창밖의 도시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준우의 눈에는 이제 그 빛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폭풍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폭풍 속으로 걸어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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